13일의 금요일에 아이디어 회의를 마쳤다. 비록 내가 제시했던 제로웨이스트를 하지는 못했지만, 버킷리스트 사이트를 하기로 했다. 대학교에 다닐 때 동기가 만들던 사이트라 신선함은 없었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설렘이 가득했다.
앞으로의 프로젝트에 대비해서 주말을 꽉 놀고(?) 16일이 되었다. 화면 설계서(스토리보드), 정의서 등 작성할 것들도 많았고 이야기도 많이 해야했다. 오프라인이었다면 더 활발하게 의사소통이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운 시간이었다.
나는 ERD와 README.md를 담당해서 작성했다. 처음에 2인 1조로 ERD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팀원분이 사라지시더니 마칠 때 즈음 완성된 ERD를 들고 나타나셨다. 역시.. 실력자... 하지만 우리의 협업 툴은 ERD 클라우드니까 다시 옮겨 적어야겠지... README.md도 대강 틀을 잡고 있었다. 뭔가 부족한 거 같아서 이모티콘도 마음대로 집어놓고 뿌듯해하다가 결국 생각 없이 커밋을 눌렀다. 우리 커밋 규칙..있었는데... 네.. 뭐... 그래도 나머지 커밋을 형식 잘 맞춰서 적었으니까....(눈치)
18일 15시부터 개발에 들어갔다. 회원가입 API를 해보고 싶었지만 우리 팀에 상당한 실력자들이 있어서 리뷰를 담당했다. 어쩜 저렇게 개발에 열정이 넘치고 궁금한 것도 많은지 신기했다. 나는 새로운 지식을 알아도 종이에 끄적이며 머리에 넣기만 한다면 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더 하는 느낌이었다.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걸까?
저녁 즈음 팀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다른 분들은 완전 새로운 기능을 맡아서 하지만 우리는 이전 sns 프로젝트를 할 때 대충 해봤던 부분을 하는 거니까 그래도 남들보단 수월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내가 회원가입 API를 하고 싶었던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모두에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실패해도 주눅 들지 않을 거 같아서. 어제 이 말을 아는 언니에게 했더니 나쁨 마음이라고 했다.
내가 봐도 나는 실력이 없다. 누군가는 자신감을 가지라는데 가진 게 없어서 펼칠 자신감이 없다. 나와 똑같이 개발을 시작한 사람들은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무궁한 발전을 해왔지만 나는? 나는 무얼 배웠다고 말할 수 있지?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다. 아침밥을 먹으며 '채널 김철수'를 봤다. 영상을 안 본 지 1년이 지나있었다. 그의 이별 영상이 내 마지막 시청 기록이었다. 2개월 전에 업로드된 영상을 봤다.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영상에 정신을 두었다. 그가 외롭지 않다며 소리치는 장면, 길었던 머리와 수염을 혼자 정리하는 장면,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장면... 잡생각 없이 그의 행동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영상이 끝날 때쯤 내 방으로 해가 들어왔다. 그래, 슬슬 정리하고 내가 맡은 일을 하러 가야지...
블로그에 쓰던 글을 티스토리에 쓰려니 낯설면서 설렌다. 이런 기분 나쁘지 않아. 가끔 일기도 끄적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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